출처 - 다음 춤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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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획력이 부족하며 극장이 공연을 올리는 단편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
현실: 극장 기획력은 해당 극장에서 올려지는 공연물의 성과에 의해 판별된다. 공연물의 성과는 각 극장의 설립 목적이나 존재 이유에 따라 다르게 판정되므로 일률적이지 않다. 이렇게 판별 기준이 일률적이지 않은 가운데서도 첫 번째 기준을 제시하라면 어디에서나 예술적 성과가 내세워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물론 지역에 따라 예술적 성과는 다르게 판명날 수 있다. 서울에서 다반사로 행해지는 첨단 전위 공연이 지역이나 산골에서 행해질 수는 없다. 이것이 한국의 예술 실정이기도 하고 한계이기도 하다. 시대적 층위에서 지역이나 산골이 뒤지는 것일 뿐이지, 그렇다고 지역이나 산골에서 예술성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극장들은 예술적 성과가 높은 공연물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러므로 예술적 성과를 기준으로 극장을 판별해서 극장측만 탓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올려지는 공연물 가운데 그래도 최상의 것을 제공하려는 의지는 극장이 견지해야 할 점이라 생각된다. 현단계에서 극장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기획력은 이 정도일 것이고, 이 정도에 미치지 못할 때 극장의 기획력은 신뢰를 잃게 된다.
그러나 특히 공공극장은 기획력을 억지로 발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 같다. 공공극장의 재정자립도 높이기는 예산 당국이 가하는 주된 압력 수단(그러면서 비예술적인 수단)이 되고 있고, 극장 측은 극장 측 나름대로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등 자구책을 위해 애썼다는 실적을 보이기 위해 기획 사업(주로 공연 프로그램 유치나 개발)을 벌이고 있다는 인상은 짙어만 간다.
기획 사업 자체를 탓할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획 사업이 얼마만큼의 필요성 즉 예술적 필요성에 의해 추진되고 또 이를 충족시키느냐의 여부이다. 공공극장의 기획 사업은 대부분 국내외 공연물의 유치로 추진되며, 일부 공공 및 민간 극장은 해외 공연물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해외 공연물 유치가 무조건 좋은 성과를 낳은 것도 아니었고 더욱이 국내 공연의 기반을 잠식하는 부작용마저 커가고 있다.
일례로 2004년도의 서울 시내 공연장의 국내외 춤 공연물 공연 실태를 아래의 표에서 살펴본다(국립극장, 한전아트센터 제외). 여기서 공연 일수 대비 공연 건수에서 국내:국외 공연물은 2.29:4.05의 비율로 나타났다. 민간 극장이 아닌 세종문화회관의 경우는 1.69:3.38로서 국외 공연물이 꼭 갑절이며, 엘지아트센터의 경우 2:8.25, 예술의전당은 2.56:2.78이다. 덧붙여 국외 공연물이 초연작이 아니고 국내 공연물이 초연작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균형은 더 커진다. 심지어 국내 춤 공연물의 비율에서 보면 1~2일 대관에 1일 초연에 맴돌고 있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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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일수 107 49 39 205
국내 단체 82 22 6 110
국외 단체 25 27 33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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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건수 41 21 7 69
국내 단체 32 13 3 48
국외 단체 9 8 4 21
공공극장의 공공성을 어떤 척도로 따져야 하는지 아직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산 당국 입장에선 재정자립도, 정책 당국 입장에선 참여 관객의 수, 예술계 입장에선 국내 공연물의 성과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 셋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획력이라면 권장하고 싶다. 그러나 공공극장 측에서는 재정자립도와 참여 관객의 수에 연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 생각된다.
대관 신청 경쟁률이 높은 공공극장에서 굳이 기획 사업이 필요한지 의구심을 낳는 이유로는 첫째 대관 신청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기획 사업이 필요한 공연장이 많지 않다는 점, 둘째는 기획력을 신뢰할 만한 사업이 적었다는 점이 들어진다. 아무튼 기획을 하면서도, 극장이 공연을 올리는 단편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것은 기획력 부족으로 인해 대관에 치중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해결 방안: 예산 당국으로부터의 불필요한 압력을 배제하기 위해 대관에 치중하고 재정자립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공공극장 측은 사회적으로 강력히 환기해야 옳다. 이 점은 문화예술계와 극장 측이 협력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기획력을 보강하자면 현재의 기획 인원을 절대 다수 더 확충하고 우수 기획 인력을 유치하는 방안도 상시적으로 구현되어야 하겠으나, 공연 예술계의 흐름에 대응하고 공연 예술계를 활성화 내지 격상시킬 만한 사고를 소유한 담당자가 사계의 자문을 철저히 받아 기획하려는 열린 사고부터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해 공연예술계의 기획자는 공연예술계의 역량을 결집하여 중간 점검하는 차원에서 기획력을 발휘한다는 사명감부터 가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