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cafe.naver.com/21critic/12
Dance Life, Live Body
심 정 민 (비평사학자, Ph.D)
지금은 춤의 시대이고 몸의 시대이다.
지금처럼 춤과 몸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 적도 없고, 우리의 삶 한가운데 자리잡은 적도 없다. 단순히 춤을 봄으로써 대리만족만 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젠 직접 몸을 움직여서 춤을 느끼는 시대이다. 누구나 춤출 마음만 있다면 무용 스튜디오, 문화 센터, 사회복지관, 청소년 수련관, 사회 교육원 등 가까운 어느 곳에서든 몸을 단련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면 여기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춤을 한 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연재의 짧지 않은 여정의 끝 무렵에 무언가를 춤추기 있기를 바라며, 그를 통해 살아 숨쉬는 몸을 갖기를 바란다.
1. 재즈댄스
재즈댄스는 잡탕 같다. 여러 가지 맛있는 요리를 섞어 잡탕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원래의 요리 이상으로 더 매혹적인 맛을 풍기며 사람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으니 말이다.
요리를 좀 해 볼까요? 레시피를 말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그릇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아프리카산 재료로 만든 미국 그릇이 가장 좋습니다. 그 안에 아프리카와 미국 문화를 넣고 팔팔 끓입니다. 그 다음에 여러 가지 요리를 넣으면 됩니다. 유럽 민속춤, 발레, 현대무용, 볼룸댄스, 탭댄스 등을 각자 취향에 맞게 넣고 저어주세요. 참 요즘에는 힙합을 많이 섞기도 하더군요. 자 맛이 기가 막힌 퓨전요리가 탄생했습니다.
어떤 맛이 강하게 느껴지느냐에 따라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발레와 접목된 재즈발레, 몸통 움직임이 많은 모던재즈, 힙 움직임이 많은 락재즈, 브로드웨이 극장에 자주 등장하는 뮤지컬 재즈, 아프리카식 움직임이 많은 아프로-재즈, 그리고 라틴리듬을 강조하는 라틴재즈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무용과 결합한 모던재즈가 극장 무대위에서 관객들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들고, 힙합 등의 유행 춤과 결합한 힙합재즈가 댄스가수들 사이에서 중요한 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실 분류는 하기 나름이다. 그 만큼 재즈댄스에는 윤통성이 많다. 재즈댄스란 그릇이 원래 말랑말랑하여 무엇을 넣어도 모양만 약간 바뀌는 것이지 그릇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재즈댄스는 참으로 매력적인 춤이다.
재즈댄스에서는 발 스텝이 모양을 잘 만들어냈는지, 발의 방향이 정확한지, 다리를 얼마만큼 높게 차올렸는지 보다는, 몸의 각 부분이 얼마만큼 리드미컬하게 잘 움직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리듬에 맞혀 머리, 어깨, 가슴, 엉덩이 등을 독립적으로 탄력있게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마이클 잭슨의 ‘비잇(Beat It)' 뮤직비디오를 본적이 있는가? 바로 뒤 라인의 흑인 댄서가 팔을 흔들며 걸어나오는 모습을 되새겨 보라. 바로 그 유연한 힘이 바로 탄력성이며, 그것이 리듬과 혼연일치되었을 때 재즈댄스를 가장 잘 출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재즈댄스는 그 이름에서 벌써 알아차렸겠지만 ‘재즈’란 음악과 한 배를 타고 있다. 재즈를 들으면 정박에 딱! 딱! 떨어지기보다 앞으로 땡겨졌다 느려졌다하는 박자를 기본으로 하여 즉흥연주가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정해진 악보 그대로를 고수하기보다 그때그때마다 감정과 분위기에 따라 리듬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즈댄스는 재즈에서 받는 느낌을 자신의 신체로 표현하는 춤이므로 이러한 배경 음악에 대한 이해를 필수로 한다.
사실, 재즈댄스는 영문도 모른 채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끌려와 노예 생활을 시작한 흑인들의 후예가 만든 춤이다. 그들이 노예 해방 후 마땅한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도시로 몰려와 하렘을 형성하면서 추었던 춤이 바로 재즈댄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즈댄스는 생각처럼 신나고 활기차기만 한 춤이 아니다. 전통 흑인 재즈댄스를 보면, 흑인들만의 삶의 애환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것마저도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승화시키고 있으니 흑인의 몸의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감탄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재즈댄스는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며 결국은 백인 주류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차츰 여러 춤 문화와 결합하여 그 영역을 클럽, 브로드웨이 극장, 영화,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순수예술 무대에 이르기까지 넓혀갔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댄스 가수들의 춤에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코러스 라인’, ‘시카고’ 같은 영화나 뮤지컬을 통해서, 그리고 신고전주의 발레의 거장 조지 발란신의 작품에서도 재즈댄스를 볼 수 있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다양한 춤 문화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삶의 질을 강조하는 웰빙 시대에 걸맞게 무용 스튜디오, 문화 센터, 사회복지관, 청소년 수련관, 사회 교육원 등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사회교육적인 춤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렇게 보면 재즈댄스의 영향력이 안 미치는 곳이 없는 듯하다. 그리고 이렇듯 재즈댄스를 여가로 즐겼을 때 얻어지는 효과는 보다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재즈댄스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지이다. 대답하자면 달리기나 빨리 걷기보다 효과가 적다. 그것보다는 몸 전체의 체형을 고르게 가다듬는데 더 효과적이다. 특히 재즈댄스의 감각적인 리듬과 동작은 처음 배울 때부터 거기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온 몸의 근육 감각을 되살아나게 하는데 더욱 효과적인 춤인 것이다.
게다가 재즈댄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자기표현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필’을 받아서 추는 춤이다. 따라서 단순히 몸을 예쁘게 단련시키는 것 이상으로 재즈댄스에 호기심을 느끼고 있다면 재즈 리듬 속에서 ‘필’을 받으며 춰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이 궁금하다면 당장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와 같이 재즈댄스는 현재의 춤 문화를 흡수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춤 영역을 확장해 간다. 이런 점에서 재즈댄스는 항상 현재 진행형이다. 재즈댄스는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도 적응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유연하게 맞출 수 있는 춤인 것이다. 이런 매력이야 말로 전 세계적인 재즈댄스 붐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어떻게 보여지고 행해지든, 아프리카와 미국 문화에 근거를 둔 것으로 항상 감정과 즉흥에 근거를 둔 리드미컬한 움직임이라면 또한 재즈음악을 사용하며 도시를 배경으로 영감을 얻는 춤이라면 그리고 누구에게나 추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재즈댄스이다.
Copyright ⓒ Jeong Min Shim,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