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춤 전문 웹진 "춤추는 거미" http://www.dancingspider.co.kr
<해롱이의 한의학 상담 6>
“가, 가란 말이야. 널 만나고부터 되는 일이 없어!!”
기후 변화 때문인지, 봄꽃이 완연한 시기가 지나자마자 에어콘을 틀어야 할 정도로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더워진 날씨를 쉽게 실감할 수 있을 만큼 벌써부터 여성들의 옷차림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겨우내 길고 두꺼운 옷으로 살들을 꽁꽁 감쳐두었던 이들에게는 여름이 반갑지가 않습니다.
못 먹던 시절에는 두툼한 뱃살과 빵빵한 얼굴이 유복함을 상징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못 보던 사이 얼굴 좋아졌다’ 거나 ‘살이 쪘다’ 거나 하는 인사를 들으면 상당히 황망해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도 쉽게 살이 찌는 체질이고 운동과는 어느 정도 담을 쌓고 지내는지라 요즘 같은 세태가 맘에 들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비록 노이로제처럼 체중이나 몸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비만은 분명 만병의 근원이기에 치료에 나서야 합니다.
살과의 전쟁
그렇다면, 비만은 왜 생기는 걸까요? 너무나도 당연하고 쉬운 결론이지만, 몸에 들어온 만큼 써먹지 못하기 때문에 비만은 발생합니다.
간혹, 날씬한 여성들이 몸매 유지의 비결에 대해서 ‘자기는 사실 다이어트에 크게 신경을 쓰지도 않고, 먹는 것도 참 잘 먹는데 살이 찌지 않더라’ 는 망언을 하여 빈정을 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 분들의 얘기가 100% 사실은 아닐지 모르지만, 살이 쉽게 찌는 체질은 분명히 있습니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에너지 소모, 즉 신진대사, 기초 대사가 유난히 낮은 체질이 분명히 있고,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대부분 유전적인 요인이지만, 후천적으로 그렇게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신진대사가 활발하여 쉽게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잘못된 습관을 계속 유지한다면 그 장점이 깨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환자들을 보다 보면, 살을 빼기 위해 정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결국 그런 다양한 방법들이 부메랑이 되어 다이어트에 실패하거나, 심지어 건강까지 심각하게 망친 경우를 종종 봅니다. 특정한 음식만 먹고, 무리하게 단식을 하고, 이뇨제 혹은 향정신성 약물을 과다하게 복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한 약물에 의존성을 띄게 되는 경우 등 잘못된 다이어트 방법에 의한 피해는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비만은 생활에서 온 병입니다. 결국,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습관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것이 가장 확실하면서도 유일한 방법입니다.
살, 비켜!
비만 해결을 위한 원칙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 하루 3끼는 모두 먹어야 합니다. ‘저는 아침은 도저히 못 먹어요. 아침을 먹으면 소화도 잘 안 되고, 머리도 맑지 않고, 아무튼 아침밥 체질이 아니에요’ - 이 말은 “저는 게을러서 살을 빼지 못하고 있어요” 란 말과 같습니다.
둘째, 규칙적인 운동입니다. 가까운 거리면 걸어서 다니고, 직장이나 집이 고층에 있다면 계단을 이용해 보세요. 따로 운동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생활하면서 얼마든지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술과 야식은 금해야 합니다. 사회생활을 포기하란 의미는 아닙니다.
넷째, 모든 인스턴트식품은 안 됩니다. 조리해 먹는 음식 이외의 모든 가공식품은 비만을 조장합니다.
사실, 병원에 앉아서, “비만 치료를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해요.” 라고 얘기하는 것만큼 쉬운 게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지키고 실천해 나가는 건 정말 눈물겨운 노력이 필요합니다.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평생 참는 거라고 합니다. 금연을 한지 20년이 흘러도 불현듯 다시 피고 싶어진다고 하지요. 애석하게도 이것은 비만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비만을 불러온 습관을 평생 고쳐나가고 새로운 습관을 평생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비만을 잘 치료하는 한의사는 어떤 처방을 잘 쓰거나, 무슨 침을 잘 놓거나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건 결국 보조적인 수단일 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만 환자가 비만 해결에 대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북돋아 주고, 끊임없이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살을 빼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을 뺐을 경우 내 인생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올 것인지(그것이 외모가 됐든, 건강이 됐든) 등을 잘 생각해보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워서 목표를 달성했을 때는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계획을 세울 때도 올 여름만 생각하지 말고, 3개월, 6개월, 1년, 2년 등의 중장기적인 계획을 같이 세워야 합니다.
(경희원방한의원 까치산점 원장)
사진_ 네이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