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다음 춤카페
http://cafe.daum.net/koreadanceworld
다음의 글은 05년 4월 22일 한국춤평론가회 주최 두번째 월례 토론회 '극장 경영의 현장'에서 발표된 발제문이다. 답글 형식으로 전체 내용이 6개의 난으로 이어져 있다.
춤 공연장 실태와 개선책
김 채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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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공연장은 춤의 3대 핵심 요소(무용가, 관객, 장소)의 하나이자 기본 인프라이다. 그러므로 춤 공연장은 춤뿐만 아니라 문화의 사활을 좌우한다고 말해 무방하다. 굳이 이렇게 지적하지 않아도 오늘날 춤 공연장을 중시하지 않을 사람은 없고 춤 공연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는 이뤄져 있다.
국내 춤 공연장은 공공극장과 민간극장으로 대별된다. 국립극장,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정동극장, 각지의 문예회관과 시구민회관이 전자에 속하고 리틀앤젤스예술회관, 엘지아트센터, 호암아트홀을 비롯하여 기업이 후원하거나 민간이 운영하는 극장이나 소극장이 후자에 속한다.
국내에서 춤 공연장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대개는 춤 공연장이 독자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일반적인 공연장으로서 여러 공연 장르를 함께 소화하는 극장 즉 복합 기능의 공연장이 통용되어 왔다. 다만 춤 공연장은 무대 규모 면에서 다른 공연 장르에 비해 더 넓고 천정이 높아야 하므로 크든 작든 춤 공연을 수용하는 극장에선 다른 공연 예술도 수용할 수 있다. 1980년대 이전 국내에선 춤에 적당치 않은 무대 규모를 갖춘 극장이 일반적이어서 춤 공연은 억지춘향 격으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으며, 1980년대 이후라 하더라도 다수의 공공 공연장이 무대 규모와 설비 면에서 춤 공연을 수행하기에는 부적당하게 지어져 지금도 기능이 미흡한 곳이 한 둘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인식이 호전되고 있다고 하나 그런 대로 호전되고 있는 것이지, 전문적 시각에서 보자면 극장 건설의 발주자와 시공 주체들이 아직도 춤 공연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춤 공연의 특수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공연장 설비를 비롯하여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공연장 운영이 결국은 물리적 공간, 설비, 무대연출기술진 그리고 운영진과 경영진의 앙상블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춤 공연의 특수성이라는 잣대는 공연장 설비를 비롯하여 운영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1987년 예술의전당 개관(실제 공연장 운영은 1993년부터 이뤄짐) 이래 일부 공연장이 전문 인력 양성을 시도하는 등 일단 극장 운영 전문화 시대에 진입하였으며 1999년 국립극장과 세종문화회관이 책임운영기관(에이전시) 제도를 도입하여 전문화에 박차를 가하기를 기대받았으나 특히 춤 분야의 시각에서 보자면 공연장의 전문화 작업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심하게 말하면 전문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연출되었는지 검토하면 춤 발전에 대해서나 공연장 운영에 대해서나 매우 생산적인 시사점이 얻어질 것이다.
춤 극장과 관련하여 춤계에서 제기하는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이 예시된다.
대관하기가 어렵고 대관 기간마저 짧다
춤 전용 극장이 없다
대관 비용이 저렴하지 않다
기획력이 부족하며 극장이 공연을 올리는 단편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
극장의 자료 보존이 미흡하거나 전혀 없다
전속단체의 공연이 적다
춤 공연장은 지금도 건설되고 있다. 일례로 전국 문예회관은 2003년말까지 120개소, 건립중인 문예회관은 33개소였다. 2004년도에 두어 군데가 추가 개관했다. 전국 248개 시군구 지자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문예회관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 이후 대학로 복합공연장과 명동 국립극장이 들어서며 개관 준비를 하는 신설 문예회관도 많다.
이상의 문제점을 제기할 적마다 극장 내에서 문제점을 찾고 그리하여 극장 운영진을 탓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진단은 근원적이지도 않으며 또한 단편적이어서 문제 해결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앞으로 개관할 극장이 많다는 점에서 문제점은 더욱 누적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우선 지적한다면, 이들 문제점의 원인을 극장 내에서만 찾지 말고 보다 포괄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춤계에서 춤 공연장 문제는 지난 연말 이래 한국춤평론가회와 민족춤위원회에서 몇 차례 성명을 발표한 것 말고는 공론화된 경우가 없는 줄로 안다. 월간지에서 춤 공연장 문제를 거론한 경우는 드물지 않았으나 크게 호응이 있은 것은 아니다. 춤 공연장의 문제가 춤계에서 절실한 현안으로 인식되면서도 해결책이 가시화되지 않은 데 대해 주목하면서 춤계가 주도적으로 대안을 강구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여기서는 춤계에서 자주 거론되고 앞에 소개된 문제점 가운데 네 가지를 검토하려고 하며, 춤 전문 공연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 문제점은 공연예술계에서 전반적으로 지적될 수 있는 문제점임을 아울러 밝혀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