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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누리 : 전국무용제와 서울무용제 운영방향 세미나: 서울무용제 관련 발제문
 춤세상    | 2005·02·22 17:07
다음은 지난 2월 16-18일 제주도에서 한국춤평론가회가 열은 세미나에서 발표된 발제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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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무용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개혁 방안

김 채 현


   1. 서울무용제의 현실


   서울무용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춤계의 상투어이다. 근 20년간이나 흔하게 들어온 탓인지, 이 지적을 경청하려는 측도 드물다. 해마다 거듭되는 지적은 지겨울 뿐이다. 이제 이 지겨움을 털고, 춤계는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여러 부작용을 빚으면서 심지어는 춤계의 발목까지 잡는 현행 서울무용제는 단적으로 말해 부실 사업의 대표적 사례이다. 정책 당국이 재인식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다. 그래서 서울무용제를 다른 행사로 변경하거나 운영을 개혁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주지하듯이, 서울무용제는 공공 기금(문예진흥기금)의 춤 행사 가운데 공공 기금을 최장기간 지원받은 행사이다. 중도에 서울공연예술제로 잠시 전환했지만 사실상 지원은 계속되었으니 실질적 지원 기간은 1979년부터 작년까지 26년간이었다. 춤계에서 그 다음에 오래 지원 받은 행사는 전국무용제이다. 기금 지원액 면에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무용제가 최대 규모였으나, 이제는 예산이 더 많은 행사도 등장한다.

   1979년 첫해 서울무용제의 예산 규모는 2천만원 정도였고(‘춤’, 79년 12월호), 1980년도에는 한국무용 부문 참가작에 2백만원, 현대무용 부문 참가작에 1백만원씩 지원금이 주어졌다. 1997년엔 참가 단체당 지원금이 6백만원 선이었고(‘춤’, 97년 12월호), 90년대부터 2003년까지 매해 예산 규모는 1억8천만원, 2004년도 예산 규모는 3억원으로 참가 단체당 지원금은 1500만원이었다.

   지금 문예진흥원 기금 지원액 가운데 개인 단체에 최대 7천만원(창작공연활성화 선정작)이 주어지고 올해 서울문화재단 사업에서 개인 단체에 대해 최대 1억여원까지(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 지원 결정이 내려지는 사례와 서울무용제의 예산 규모를 비교하면 사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쯤 되면 서울무용제의 기금 예산 규모가 작다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그러나 그 규모가 큰지 작은지 단정키는 어렵다. 지난해에 3억원으로 대폭 증액되어 그 판단은 더 애매해진다. 이런 이유에서 중시되어야 할 핵심 사항이라면 예산에 걸맞은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고, 따라서 예산 규모를 판별하려면 성과와 연계해서 판단해야 한다.

   서울무용제가 창설되던 해 운영 미숙과 고르지 않은 작품 수준을 지적받는 한편 대체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당시 춤계에선 대한민국무용제(이후 90년 서울무용제, 95년 서울국제무용제, 2000년 서울무용제로 명칭 변경)를 대한민국 최고의 연례 행사로 키우자는 의욕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8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다가 한국무용협회로 이관되고 나서 1987년을 기점으로 운영 방식의 시정과 참가작의 수준 제고를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하였다. 그후 이와 대동소이하게 시정을 바라는 여론이 지속되는 데 반비례하여 서울무용제에 대한 기대감은 시들해졌고, 이제 서울무용제는 참가 단체들과 주최측 주변의 행사로 맴돌고 있다.

   25년 넘게 열려오며 무려 2백여편이 출품된 서울무용제라 간혹 창작 면에서 주목할 작품이 없었을 리 만무하다. 설령 주목할 작품이 없었던 해였어도 해당 시기에 춤계의 전반적인 성과를 소화하였다면 서울무용제 나름의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이래로 서울무용제에서 주목할 작품을 고대한다든가 춤계의 전반적 성과를 찾으려 한다면 서울무용제의 현실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과문(寡聞)의 소치로 치부되곤 하였다.

   서울무용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에서 바뀌어야 할 핵심은 무엇인가. 제대로 성과를 내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말인데, 표면적으로는 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근본적으로는 운영을 주관하는 주최측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춤계에서는 어느덧 서울무용제를 한국무용협회의 독자적 행사로 오인하는 경향이 있게 되었다. 서울무용제는 그러나 문예진흥원의 기금 지원 행사이며, 서울무용제 주최를 한국무용협회가 맡은 것은 초기 이래의 관행이었을 뿐이다. 기금 지원 기관이 편의상 서울무용제의 창구로 지정한 한국무용협회는 서울무용제를 치루기에 역부족이었고 더욱이 춤계에서 한국무용협회의 대표성이 미약한 상황에서 그런 관행은 시정되어야 옳다.


  2. 서울무용제의 부작용


   서울무용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공론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간에는 서울무용제를 심사위원 구성, 수상작 지방 공연 배제 등 일부 손질하여 바꾸었다고 강변하는 경우가 흔하였다. 또 90년대 중반에는 거창한 이름의 ‘서울무용제발전위’를 특별히 구성해서 발전 방안 백서까지 작성하였으나 용두사미의 고식책으로 끝났다. 이와 유사하게 눈가리고 야옹하는 식의 호도책들은 서울무용제뿐 아니라 춤의 위기마저 가중시켜 왔다.

   서울무용제는 공공 기금의 제전이다. 이 대목에서 자문해 보자. 공공 기금의 제전이 해당 분야에서 주목을 끌어내지도 전반적 성과를 반영하지도 못한다면, 과연 존재할 이유가 있는가?

   본 발제자는 그간 서울무용제 운영위원회에 간혹 참여하였다. 서울무용제가 그래도 개선되기를 바라는 일말의 희망을 안고 참여하였으나 결과는 무위로 끝나곤 하였다. 경험에 비추어 현상태의 서울무용제는 더 지속할 명분을 잃었으며, 한마디로 서울무용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생각컨대, 망설임 없는 폐지가 서울무용제 개혁의 근본 대안이다.

   이에 대해 서울무용제를 폐지하지 말아야 할 이유로서 1) 다른 예술 분야에도 있는 전국 차원의 공공 기금 제전이 춤 분야에서만 없다면 분야간 형평성에 맞지 않다, 2) 이미 예산에 편성된 것을 폐지하면 춤계 손실이다, 3) 손질할 것은 손질하여 긴 역사를 이어가는 게 원칙이다는 명분론이 내세워질 터이다. 그렇다, 춤계 손실도 막아야 하고 분야간 형평성도 고수해야 하며 역사도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명분에 비해 부작용이 훨씬 크다면, 폐지를 주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 서울무용제가 야기하는 부작용은 무엇인가? 그것은 1) 제전 운영이 매너리즘을 맴돌아 공공 기금의 제전에 기대되는 열의가 아주 미약하다, 2)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춤 위기가 가중되어온 상황에 비추어 가뜩이나 창조적 기획 경영이 요구되는 시기에 참가작 선정 작업이나 추진 행사들이 부실하여 대규모 공공 기금에 걸맞은 기획 사례를 발견키 어렵다, 3) 대규모의 공공 기금 행사에서 참가 선정작과 최종 수상작이 춤계의 전반적 수준에 미치지 못함으로써 춤계의 창작 풍토를 훼손시킨다, 4) 해에 따라서는 부문별 수상과 관련된 잡음이 초래되어 춤계의 건전한 풍토를 저해한다, 5) 성과는 미약하고 부작용이 크므로 예산 낭비이다, 6) 설상가상으로 출품작 참가 범위를 제한해 무용계를 분열시킨다(2004년도)는 점으로 요약된다.

   알다시피, 2004년 들어 국내에서 예술의 위기는 공론에 올려졌다. 즉, 민간 조직인 기초예술연대 결성, 문화부 기초예술진흥과 설치 등은 정책 당국과 예술계 스스로가 현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 해석된다. 위기의 원인은 문명사적․국가적․사회적․예술적 측면들에서 다각도로 짚어지겠고, 이 위기 해결을 모색하는 현재 누구라도 위기를 간단치 않게 느끼고 있다. 춤계 역시 정책 당국에 대해, 그리고 사회에 대해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며 춤의 위상을 드높여가는 작업 못지않게 춤계 내부에도 시선을 돌려 보아야 한다.

   춤 위기의 원인을 모두 서울무용제 탓으로 돌리지는 말자. 그러나 서울무용제가 춤 위기를 가중시키는 현상에 대해 별 대책 없는 운영으로 일관했으므로 서울무용제를 춤 위기와 무관하게 보아서는 곤란하다. 게다가 남 탓만큼 내 탓도 커 보여서, 특히 ‘지금 이 자리에서’ 춤 위기를 치유하는 출발점으로서 춤계가 주시할 바는 춤계 내부를 향한 진단인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무용제의 주된 문제점은 서울무용제 내부의 미흡한 운영 또는 성과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근거로 제기되는 것이지 춤 외부 사회의 비협조나 무관심에서 기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춤 외부 사회가 비협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않았다는 것은 서울공연예술제의 사례이긴 하지만 운영과 기획에 따라서는 별도의 지원과 협찬이 행해지기도 한다는 점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미 예산에 편성된 것을 폐지하면 춤계의 손실이다는 주장을 앞세워 서울무용제 내부의 문제점을 덮어둔 채 현상태의 서울무용제를 계속 존치하기를 고집한다면, 서울무용제는 더 외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탐대실이라고나 할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울무용제의 부작용이 깊을수록 춤의 위기는 가중될 것이다. 아무튼 서울무용제는 자멸이 예견될 정도로 중병에 빠져 있다. 그래도 서울무용제가 자멸할 때까지 빚는 부작용은 춤계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서울무용제의 중병을 다스려 생기를 되찾느냐 아니면 춤계가 미련하게 부담을 떠안을 것이냐의 선택은 내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3. 서울무용제의 폐지 또는 혁신


   그러면 서울무용제의 중병은 어떻게 다스려질 수 있는가. 단적으로 말해, 잘 운영하면 된다. 핵심적 물음은 이러하다. 즉, 서울무용제의 훌륭한 운영은 어떻게 해야 달성될 수 있을까. 훌륭한 운영 방안을 생각하기 전에, 일단 지금까지 노출한 문제점과 부작용에 근거해서 서울무용제의 폐지마저 거론되는 현실부터 상기할 필요가 있다. 폐지와 훌륭한 운영은 다르면서도 유사하다.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 선택 방안, 즉 서울무용제의 폐지, 운영 방식의 혁신, 현행 운영 방식 존치를 상정하게 된다. 이 세 가지 방안을 같은 맥락에 놓고 서울무용제를 다시 검토해보자.

   서울무용제 폐지 방안의 주 내용은 이러하다. 서울무용제를 폐지하고 그만 두자는 것이 아니라 그 예산으로 다른 춤 행사를 창설하는 방안이다. 말하자면 서울무용제 대체 방안인데, 이 방안은 이미 예산에 편성된 것을 폐지하면 춤계의 손실이다는 생각과는 전혀 다르다.

   서울무용제를 대체할 새로운 춤 행사로는 대충 21세기 예술의 흐름에 대응하고 춤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그런 춤제전을 상정하게 된다.

   먼저 21세기 예술의 흐름에 대응하려면 시대성, 정체성, 작품성의 조화가 선결 조건으로 보이며, 또한 춤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창작력 진작과 대시민적 공감대 확산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된다. 이들 조건과 과제가 춤제전에서는 최종적으로 훌륭한 참가작들을 통해 구현되겠지만, 참가작들이 이를 구현하도록 하는 장치는 춤 행사의 주최운영 측이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참가작 선정 이전에 주최운영진의 구성이 근본적으로 중요한 법이며, 따라서 어느 행사에서나 그렇듯이 주최운영진의 구성은 행사가 열리기도 전에 절반의 성공 또는 절반의 실패를 판가름짓는다. 현재의 서울무용제를 일부 손질해서 되살려 보려는 발상은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여전히 절반의 실패를 전제로 할 것이므로 빈축만 살 것이다.

   서울무용제 대체 방안에서 중시할 것은 단적으로 새로이 상정되는 무용제의 지향점, 그리고 이 지향점을 살려 나갈 운영위원회이다. 말하자면 무용제의 머리를 잘 갖추고 첫 단추를 잘 꿰자는 말이다. 이런 점을 간과함으로써 서울무용제는 낙후성을 면치 못하였다. 현행 서울무용제의 운영 과정과 지향점은 20년 전과 엇비슷할 뿐더러 그 부작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위의 세 방안 가운데 현행 운영 방식을 존치하는 방안은 아무 호소력이 없어 보인다. 현행 운영 방식을 혁신하는 방안은 해당 방안을 구체적으로 짚어 보아야 채택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

   여기서 서울무용제의 대체 방안까지 거론하며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폐지와 흡사한 근본 차원에서 서울무용제의 운영 방식을 과감히 혁신해야 서울무용제를 중병에서 구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근본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결의가 서울무용제 혁신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서울무용제 운영 방식 혁신: 그 과제와 제언


   춤은 국가 대표 예술 장르이다. 무용인들은 국가적 행사, 해외 교류, 해외 진출, 해외 홍보 차원에서 춤이 언어의 벽을 넘어 매우 용이하면서도 신축성있게 대응할 수 있어서 국제적으로는 한국을 알리고 국내적으로는 어떤 행사든 행사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특성을 어느 예술 장르에 비해 탁월하게 실현해 왔다고 자부한다.

   국가 대표 예술 장르에 걸맞은 춤 양식을 계속 개발하기 위해 춤계가 동분서주하는 터에 서울무용제는 창작의 산실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장수 공공 기금 춤 행사이자 역사가 긴 서울무용제는 그러한 자부심을 다져주기는커녕 오히려 자괴심만 불러일으켜온 실정이다. 당면한 춤 위기 해소에 있어 서울무용제의 개선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다만 서울무용제가 현실적으로 생산성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그 규모와 위상으로 미루어 춤계에 미치는 부작용이 막대하다는 이유에서 서울무용제의 운영 혁신을 제안한다.



  1) 서울무용제의 지향 목표, 문제는 없는가?

   서울무용제는 춤 창작 진작과 발전이라는 매우 포괄적인 목표 아래 존재해 왔다. 앞으로도 유지될 이 목표는 다소 추상적이어서 평상시엔 의식되지도 않는다. 지향 목표가 잘 의식되는 것이 훌륭한 무용제로 성립할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렇지만 서울공연예술제처럼 지향 목표가 애매하여 지향 목표를 의식하려고 해도 의식하기 곤란해서 결국에는 행사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있다. 이로 미루어 어떤 행사든지 간에 지향 목표가 평상시 의식되지 않아도 실제로는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지향 목표가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는 경우와 애매모호하다는 경우는 분명히 다르다.  

   서울무용제의 목표는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가 추상적일수록 행사 실행 과정에서 왜곡되기 쉽다. 참가 신청, 출품 단체의 선정과 최종 수상작의 선정 등등의 과정을 통해 서울무용제의 목표는 구체화된다. 이들 과정에서의 결과가 서울무용제의 성과를 대변하게 되는데, 서울무용제가 낭비적 행사라는 지적은 바로 최종 성과에 실제로 반영된 목표치가 기대에 미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무용제는 전국에서 연간 30건 정도 춤 공연이 올려지던 시절에 창설되었다. 이런 수치를 통해서도 창설 이후 몇해 동안 우리 춤계에서 서울무용제의 위상과 파급력이 어떠했을지 쉽게 짐작된다. 지금은 추정컨대 전국에서 연간 2000건 가량 춤 공연이 올려진다. 90년대 이래 서울무용제의 비중이 미약했던 것은, 서울무용제에 연연하지 않을 만큼 춤 공연 규모가 급팽창한 사실과 서울무용제 자체의 지지부진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이다. 따라서 서울무용제의 목표를 이전처럼 포괄적이며 추상적인 내용으로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운영 과정에서 목표는 시기별로 세분화되는 등 응용될 필요가 있다. 창설 이래 초창기 몇해를 빼놓으면 사실 서울무용제에서 목표는 세분화되지 않은 채 운영되어 왔다고 생각되며, 이것이 서울무용제의 낙후성을 초래한 큰 원인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서울무용제가 지향할 목표에 대해서는 무용인, 정책 당국, 일반 관객 시각에서 각기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중심에 무용인의 시각이 놓여야 할 것은 당연하며, 정책 당국과 일반 관객의 요구를 서울무용제의 내실을 다지는 차원에서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서울무용제가 비교적 순항해 왔다 해도 20년전과 상황이 달라져서 손볼 바는 많다. 일례로 전국무용제가 있는 터에 서울무용제는 과거 대한민국무용제와 동일한 위상을 견지할 수 있는가. 게다가 서울무용제의 낙후성은 심지어 서울을 낙후된 도시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전 사회가 아날로그 시대로부터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는 시대에 서울무용제가 달라져야 할 이유는 계속 추가된다. 아날로그적으로 제작하는 것이 (순수) 예술의 강점이나 전달 방법은 디지털 마인드와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는 적어도 서울무용제의 진행 방식에 대해 새로운 착상을 제공한다. 이 한 없이 이어질 착상을 일단 유보하면서, 앞서 21세기 예술의 흐름에 대응하고 춤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그러한 춤제전에서 예시된 내용을 다양한 요구들을 수용하는 기본 사례로 제시하고 싶다.



  2) 서울무용제, 어디서 주최해야 하는가?

   현재 관례적으로 서울무용제는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한다. 말하자면 한국무용협회는 서울무용제의 주최자이다. 이런 관례에 대해 춤계에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이견을 요약하면, 한국무용협회는 춤계에서의 대표성이 미흡하므로 공공 기금의 무용제 주최자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한국무용협회도 나름의 판단이 있을 테지만, 계량화되지도 않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소모적인 쟁론을 벌이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한국무용협회가 과연 무용계에서 대표성이 있는지 회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이 춤계의 현상황이며, 따라서 서울무용제의 주최자는 주최 측의 판단을 실천하기에 앞서 춤계의 전반적인 요구를 수렴하는 데 적극적이어야 했었다. 그간 서울무용제를 주최한 한국무용협회는 주최 측으로서 춤계의 전반적인 요구를 수렴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이상의 이유들에서 한국무용협회는 서울무용제의 주최자로서 적절치 않으며, 또한 한국의 춤계를 포용할 새 기구가 출현하지 않는 한 서울무용제의 주최자는 범무용계 기구 형태로 별도로 구성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지적이 새삼스럽지도 않고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무용제의 주최자가 계속 한국무용협회로 이어져온 데 대해 서울무용제 예산 제공 기관인 한국문예진흥원도 책임이 작지 않다.

   공공 기금 회계 처리는 편의상 기존의 기구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행정 편의를 위해 춤계 질서를 흐려온 관행은 이제 불식되어야 한다. 서울무용제의 문제점이 불거진 80년대 후반기부터 서울무용제를 위한 별도의 기구를 구성했다면 아마 이 주최자가 춤계에서 대표성을 갖는 범무용계 기구로 성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3) 운영위원회 구성      

   해마다 서울무용제 운영위원회는 1월경인 연초에 구성된다. 그후 서울무용제는 가을 또는 근래엔 초여름에 열린다. 올해도 그럴 것이다. 이와 같이 운영위원회 구성 시기는 서울무용제의 성격을 시사한다. 어떤 행사의 운영위원진을 그 몇 달 전에 구성하는 것은 해당 행사의 졸속과 부실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대규모 공공 기금 무용제라면, 운영위원회가 최소한 1년 이전에 결성되는 것은 상식이다.

   행사 개시 1년 혹은 반년 이내에 결성되는 운영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결정은 뻔하다. 관례적 형식 절차에 의해 이뤄지는 공모 작업과 참가작 선정 작업, 부문별 우수상 심사위원회 구성 그리고 몇 가지 소소한 사업 제안(또는 추진)이 전부이다. 물론 운영위원회가 1년 이전에 결성된다고 해도 이들 작업과 사업이 뼈대를 이룰 것이다. 그래도 운영위원회가 그 정도의 준비 기간을 가진다면 공모, 선정, 사업이 훨씬 충실해질 확률은 높아진다.

   현재의 관례는 한국무용협회가 짜놓은 기본 틀 속에서 운영위원회가 단기적으로 활동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한국무용협회는 춤계 대표성에서 미흡하고 이 체제에서 운영위원회의 운신의 폭이 좁으므로, 운영위원회를 별도의 범무용계 기구로 구성해서 서울무용제의 주최에 관한 사항 일체를 일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운영위원회는 참가작과 심사위원회를 선정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그동안 운영위원회 구성은 시비를 불러 일으켜왔다. 시비의 초점은 운영위원회 위원들이 춤계 현장을 얼마나 충실히 파악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참가작 심사에서 심사 대상은 현장의 무용단체들이다. 심사 자료는 각 단체가 제출한 새 창작품 개요와 해당 단체가 이전 실적으로 내보이는 제3의 영상 자료로 구성된다. 이들 자료는 사실 심사 자료로는 소략하며, 자료를 더 충실히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궁극 해결책은 없을 듯하다. 이런 난점을 해소하기 위해 차선책이지만 비중높게 제시되는 것이 바로 춤 공연 현장에 대한 식견이다.     현장의 동향에 어두운 상태에서 내려지는 참가작 선정이 공감을 사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런 일이 거듭되어온 탓에 서울무용제에 대한 신뢰도는 저하하였고 참가작 선정 경쟁률도 낮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상작의 수준이 높아지고 서울무용제의 성과가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마치 입학생이 훌륭하면 졸업예정자가 훌륭해질 확률이 높은 것처럼, 참가작 선정이 제대로 되어야 본선의 수상작 선정도 성과있게 이뤄질 것이다.



   4) 축제냐 경연이냐

   현행 서울무용제는 여남은 단체가 참가 단체로 선정되어 창작품 경연을 벌인다. 이런 경연제를 철폐하여 축제 형식으로 치루자는 여론이 매우 높다. 서울무용제 초창기에도 창작품들의 경연은 불합리하므로 아예 축제 형태를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후 서울무용제의 성과, 즉 경연제를 통한 서울무용제의 성과가 미약하고 낭비처럼 보이므로 축제 형태로라도 치러 생산성을 높이자는 여론도 비등하였다. 서울올림픽 때에는 경연을 중단하고 축제 형식을 택하였다.

   서울무용제를 초창기에 경연제로 열은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면도 있다. 축제와 경연, 각기 장단점이 있어 어느 형태를 택할지는 사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금에 와서 그것은 서울무용제가 열리는 현실과 결부해서 선택할 문제이다.

   춤계는 서울무용제 초창기에 비해 면모를 일신하였다. 먼저 춤 인구와 공연 건수 면에서 급팽창하였다. 그리고 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호전되었다. 마침내 춤은 문화예술의 주류 예술로 자리를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의 위기, 예술의 위기가 공론화되고 있다. 문화 산업에 예술이 밀리고 디지털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해 사멸 위기에 처해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무용제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되물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라 경연 아니면 축제가 선택되어야 할 것이다.

   이전에는 경연제를 통해 대상작에 대해 전국 순회 공연 특전을 부여하였으나, 이 역시 실효성이 적었다고 생각된다. 2004년도에는 예산 등의 문제로 전국 순회 공연 특전이 주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경연제는 부문별 수상작과 관련하여 잡음을 낳는다. 이 잡음은 감정적인 것도 있을 테지만, 예술적 판단에 따른 이견도 있다. 당연히 주목할 것은 후자의 이견이며, 그 점에서 서울무용제는 잡음으로부터 그다지 자유롭지 않았다. 축제는 이런 잡음과는 무관하다. 그러면 축제에서는 우수작이 나올 수 없는가. 축제 형태로 열려도 참가작의 우열은 비평문을 통해 수렴될 것이다. 다만 연기상 등에 주어지는 특전을 고려하여 경연을 아주 제한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대규모의 공공 기금 행사에서 참가 선정작과 최종 수상작이 춤계의 전반적 수준에 미치지 못함으로써 춤계의 창작 풍토를 훼손시킨다’고 지적되었다. 경연제가 창작 열의를 고취시킨다는 일반론이 서울무용제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서울무용제가 백해무익하다는 평가도 나올 만하고 서울무용제를 두고선 없느니만 못한 춤제전이란 말이 떠도는 것이 현실이다.

   춤계 전체로 보자면, 치열한 창작 풍토 정착과 춤계의 협력적 단합을 통해 춤의 위기를 타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런 이유에서 서울무용제는 잡음과 부작용을 초래하고 작품 성과도 높지 않은 경연제를 폐지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제고할 장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



   5) 경영 체제 구축

   서울무용제는 참가작들의 공연 이외에 ‘젊은 안무자 창작 공연’ 및 시민을 배려한 ‘옥외 행사’로 구성된다. 이들 부대 행사는 그 취지에 비해 실질적으로 퇴색하는 감이 뚜렷하다. 이렇게 퇴색하는 원인은 앞서 지적한 여러 이유들에서 찾아진다.

   전체적으로 볼 때, 서울무용제는 행사로서, 그리고 사업으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확보된 기금 내에서 치루어지고 있으며 별도의 지원금 내지 협찬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경우는 드물다. 별도의 지원금 내지 협찬금을 추가로 확보하려면 무용인 대상의, 그리고 일반 관객 대상의 부대 행사가 충실히 구상되어야 한다. 단적으로 마케팅 전략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운영위원회에서도 세워지지 않는 마케팅 전략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낮은 객석 점유율, 미비한 예산 확보, 수상작의 미약한 성과 등은 서울무용제의 상품 가치를 대변한다. 춤은 사양(斜陽) 예술이므로 서울무용제뿐 아니라 어차피 어떤 춤 행사라도 상품 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는가. 국가 대표 예술 장르가 사양 예술이 된다는 것이 악몽에 불과하길 바라지만, 꿈은 가끔 가까운 미래를 예시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춤은 무형문화재처럼 마냥 보호되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만족할 만한 춤 경영 기법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서울무용제의 경영 기법에 대해 다양한 착상을 제시할 수 있겠으나, 이는 경영 체제가 바르게 세워지고 나서 거론되어도 늦지 않다.

   이상의 이유에서 서울무용제는 새로운 경영 체제부터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경영 체제는 운영 방식의 혁신, 이의 전제로서 주최자의 재구성을 통해 구축될 수 있지 지금까지의 주최 및 운영 관행으로서는 성취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5. 요약


   1) 춤의 위기와 예술의 위기가 가중되는 현시점에서 춤계는 서울무용제의 그간 성과를 재검토하고 근원적 혁신책을 모색해야 한다.

   2) 현행 서울무용제는 성과보다 부작용이 훨씬 크므로 운영 혁신책을 제시하기에 앞서 서울무용제를 폐지하고 대체 행사를 창설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3) 향후 서울무용제를 존치시키려면 문예진흥원은 서울무용제를 근본부터 새롭게 재출범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4) 현행 서울무용제의 주최 측인 한국무용협회는 춤계 대표성이 미흡하므로 향후 서울무용제의 주최 측은 범무용계를 대상으로 새로이 구성되어야 한다.

   5) 향후 서울무용제의 운영위원회는 춤 공연 현장에 밝은 인사들을 중심으로 최소한 행사 개시 1년 전에 구성되어야 한다.

   6) 향후 서울무용제는 다각적 경영 전략을 구축하여 그간의 춤계 성과를 다지고 춤 위기를 극복하는 선례를 축적해야 한다.


출처 - 춤카페 http://cafe.daum.net/koreadanc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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