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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누리 : “관객은 같은 시대를 산 내 삶의 파트너”
 장오[운영자]    | 2008·11·2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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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 http://www.gokams.or.kr/webzine/main.asp?sub_num=8&pageNo=1&state=view&idx=41
  • “관객은 같은 시대를 산 내 삶의 파트너”

    [칼럼] 피나바우쉬 국제무용축제와 탄츠하우스

    오세형 _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독일의 부퍼탈이라는 소도시에서 일약 세계적 무용가로 입지를 굳혀온 피나 바우쉬가 11월내내 자신의 이름을 걸은 축제를 열고 있다. 독일 서부의 인근도시인 뒤셀도르프, 에센시와 함께 개최되고 있는 “피나 바우쉬 국제무용축제 2008”에서는 매일 저녁 2~3개의 공연이 오르고 있다. 놀랍게도 공연프로그램은 그녀의 레퍼토리들을 포함해 60여 개의 ‘무용’ 작품만 공연되는 순수무용축제다. 무용가들의 입장에서야 무용계의 동향을 알 수 있는 이런 축제가 기다려지겠지만 해당 지역의 일반시민들도 그럴까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든다. 왜냐하면 이 축제는 그녀의 명성을 감안하더라도 지역주민을 주요 관객으로 하는 지역축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개월 전에 모든 프로그램의 전좌석이 매진되었다는 소식에 의구심을 품고 공연장을 찾아갔다. 국내에서는 극소수의 유명 뮤지컬 외에 한 달 가까운 공연이 매진되는 사례는 보기 힘든 상황이라 순수예술공연에 관객이 꽉 찬다는 현장이 궁금했다. 뒤셀도르프의 1000석이 넘는 극장이 관객으로 그득했고 심지어 보조석 계단까지 차지한 관객들이 3시간이 넘는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두 번째 프로그램은 저녁 10시 반에 시작되었고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는데도 극장을 바로 떠나지 않고 로비에 모여 방금 본 공연을 놓고 수다를 떤다.

    그보다 더욱 호기심을 돋운 장면은 관객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라는 점이었다. 그들은 모두 외출복을 차려입고 와서는 매표소 옆의 카운터에 외투를 맡기고, 친구를 만나 차나 맥주한잔을 걸치며 사는 얘기를 나누면서 공연을 기다린다. 공연장이 떠나갈듯 하던 소음은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에 일제히 조용한 발걸음소리로 뒤바뀌고, 막간 쉬는 시간이 되자 일제히 홀에 나와 맥주를 마시고 다시 수다를 떤다. 일사분란한 풍경이었고 적극적으로 공연을 향유한다는 주체의식이 흘러넘쳤다. 공연을 어떻게 봤는지 세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뭔가가 자리가 잡혀있다는 인상이 강렬했다. 이런 것을 문화적 저력이라 치부하면 되는 것인가? 공연에는 몇몇 난해한 구석도 다분했는데 모두들 공연을 즐기는 것 같았고 그 문화향유의 풍경이 강렬했다.


    국민 평균 30년에 무용 공연 한편 관람

    「2008년 문화향수실태조사」에서 우리 국민이 무용 공연을 보는 연평균 관람횟수가 0.03회라는 조사가 나왔다. 국민 한 명이 30년에 한편의 무용 공연을 본다는 얘기이다. 그 질은 거론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연극은 5년에 한편 꼴이라는 결과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어쩌면 높은 국민소득과 여가시간을 지닌 독일과 우리를 비교하는 일은 무리일 수도 있다. 이 축제의 많은 공연들은 이미 국내에도 초청되었던 것들이다. 그런데 관객의 측면에서 보자면 국내의 공연예술축제는 아직 업계(?) 사람들만 즐기는 상황이고, 순수예술분야 향유층의 적극적인 개발은 아직 정책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내도 문화예술을 관람하고 참여하는 소비층(향유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극히 초기단계라고 생각된다. 문화예술교육의 확대, 아마추어 활동 지원, 공연장과 미술관의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증가, 소외계층의 문화예술경험의 확대를 위한 예산증가 등등. 그러나 이러한 양적증가에 맞춰 질적인 심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

    그러면 순수예술을 즐기는 관객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뒤셀도르프의 역사를 개조해 만든 ‘탄츠하우스’ Tanzhaus는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교육, 제작, 소통이 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예술감독인 베트람 뮐러는 “모든 사람이 창작능력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실천에 옮겼다. 매주말마다 벌어지는 공연은 물론이고, 평일 저녁에는 평생을 배워도 부족할 만한 다양한 무용 관련 워크숍과 프로그램들이 가득하다. 어린이와 10대를 위한 프로그램부터 민속무용, 힙합까지 레퍼토리는 끝이 없다.

    그리고 세계의 젊은 무용가들이 항상 상주하면서 작업을 하고 워크숍에 참여한다. 이른바 생활 속의 예술이라 부를만할 정도로 예술가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살을 부비고 있는 곳이다. 이 복합공간은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일상에서 접촉하고 교류하고 서로의 삶을 피드백하는 곳이다. 초기의 적극적인 관객개발프로그램으로 많은 시민이 이곳을 거처 갔고 세월이 흘러 시민들이 무용과 예술의 언어들을 이해하고 즐기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이곳의 넓은 카페는 늘 사람들의 약속장소가 되는 친근한 공간으로 붐비고 있다.


    극장, 제작 교육 소통이 이루어지는 복합공간

    우리의 극장들이 시민의 향유능력 개발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해내고 있지만 사실 피상적 수준에 그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극장의 근원적인 폐쇄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극장에 예술가가 없고 전문적 예술프로그램이 약할 뿐더러 관 전문가도 거의 부재한 상황이다. 오로지 공연기획과 극장관리가 주업무이고 표를 파는 능력으로 극장운영능력을 평가 받는다. 시민들에게 극장은 특별한 날만 가는 곳이고, 일상적 삶을 향유하는 곳이 아닌 것이다. 문제는 향유능력이 개발되지 않은 시민을 극장에 끌어들이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고 따라서 몇 년에 한번 있는 이벤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을 극장에 오게 하는 손쉬운 방법은 대중적인 공연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몇몇 특성화된 곳 외의 대부분 극장들이 처한 현실이다.

    공연이 끝난 뒤 극장 운영자와 얘기를 나누던 중 많은 관객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것 같다고 하자 이런 얘기를 했다. “관객은 마케팅의 대상이기 전에 같은 시대를 산 내 삶의 파트너예요. 우리의 나이든 관객들은 어려서부터 극장에 나와 춤을 배우던 친구들입니다. 우리는 때론 같이 춤추고 같이 춤추는 것을 보면서 삶을 공유해 왔어요. 예술가와 관객은 같이 삶을 헤쳐 온 친구들이지요.”


    필자소개
    오세형은 연극분야에서 연출, 기획, 제작에 참여하였고,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본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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